[독서메모] 법륜 스님의 행복(3)
♣ 상대의 말에 되받아치지 못해 억울하다면
누군가에게 부당하게 욕을 먹거나 어떤 일을 하다가 억울하게 누명을 썼는데 아무 말도 못 하고 돌아섰다면 나중에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때 내가 이렇게 되받아쳤어야 했는데'
당할 때는 적절한 말이 생각나지 않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할 말이 떠오르지요. 그처럼 상대에게 되갚아주지 못해 억울하고 분하다며 이렇게 묻는 분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 직장 동료와 다투었습니다. 상대방이 화를 내며 이야기하는데 저는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서 한마디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때 이렇게 되받아쳤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가 막심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바보처럼 당하지만 않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먼저 어떤 일을 당했을 때 그 순간에 적절한 말이 떠오르기를 바란다면 그 상황에 빠져들지 말아야 합니다. 누군가와 대립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 것은 그 순간 화가 나거나 미워지거나 괴롭거나 불안감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보이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러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마음이 안정되면 그제야 할 말이 떠오릅니다.
보통은 누가 내게 욕을 하면 불쾌해지고 그 분한 감정에 사로잡혀 같이 욕을 합니다. 그렇게 나도 덩달아 화를 내고 욕을 하면 그 순간엔 지지 않고 맞불을 놓아 속이 후련한 것 같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후회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화를 참기만 하면 스스로가 바보처럼 느껴지지요.
그런데 내가 화에 사로잡히지 않으면 상대에게 휘말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아이고, 저 사람이 지금 얼마나 기분이 나쁘면 저런 말을 할까" 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낼 수 있다면 상대는 화를 내더라도 나는 화가 나지 않을 수 있어요. 오히려 상대를 위로할 말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러니 그 상황에 빠져들지 말아야 합니다. 같이 화를 내봤자 상대방의 분노에 휩쓸리는 것에 불과해요.
또 다른 방법은 상대에게 말로 되갚아주고 싶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는 겁니다. 대응할 말을 찾는 것은 상대를 이기고 싶다는 뜻입니다. 뭔가 말로써 상대를 제압하고 싶은 마음, 이게 바로 이기고 싶다는 뜻이지요. 이때 말로 되받아쳐 이기고 싶은데 못 이겼기 때문에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드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상대에게 말로 이길 수 있을까요?"
정말로 제게 묻고 싶은 것은 이 질문일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는 이기려는 생각을 버리고, 이기려고 하지 않는 게 가장 자유로워지는 길입니다. 이기는 방법을 찾아서 대응하다 보면 남의 가슴에 못을 박게 됩니다. 내 가슴에 못이 박히면 내가 깨닫고 뉘우치면 되는데, 남의 가슴에 못을 박는 말을 하면 내가 참회하고 뉘우친다고 소멸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연애할 때 상대에게 차이고 나면 화가 납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차이기 전에 내가 먼저 차버릴 걸 그랬다'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내가 차버리면 나중에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할 때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상대에게 차이면 순간 괴롭고 자존심이 상할 수는 있겠지만, 그럴 때 내 아픔만 치유하면 될 뿐 나중에 상대에게 준 상처 때문에 괴로워할 일은 없습니다.
따라서 진짜 현명한 사람은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것보다 차라리 상처받는 게 더 낫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야 괴로움에서 더 빨리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또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면 스스로 괴로워질 뿐만 아니라, 내가 상대방 만나기를 꺼려하니까 스스로 그 사람을 만날 자유를 잃어버리는 겁니다. 미움이라는 것은 상대를 만나기 싫다는 말이기 때문에 '나는 그곳에 가지 않겠으니 너도 이곳에 오지 마라'는 출입금지와 같아요.
결국 미워하는 마음을 갖지 않아야 이 세상 어디라도 자유롭게 갈 수 있고, 누구라도 편하게 만날 수 있는데,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자꾸 감옥으로 몰아넣습니다.
따라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면 상대를 이기려는 생각, 미운 상대에게 적절한 말로 되받아치고 싶다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합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되물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하면 바보 같지 않습니까?"
차라리 바보 같은 게 낫습니다. 똑똑하지도 않으면서 똑똑한 척하는 사람이야말로 정말로 어리석은 겁니다. 게다가 똑똑한 척하려면 힘이 듭니다. 그냥 "아이고, 제가 잘못했습니다"하고 끝내버리면 간단하잖아요. 그러면 상대를 제압할 적절한 단어를 찾으려고 머리를 안 굴려도 됩니다.
말로 이기는 걸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또 말로 지는 것을 패배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기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패배도 있습니다. 이기려는 생각이 없으면 패배할 일도 없습니다.
<Lumi1984>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南無阿彌陀佛 觀世音菩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