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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메모] 포춘으로 읽는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

루미1984 2025. 6. 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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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수익이 사라집니다!

2006년 3월 20일 ㅣ 버크셔 해서웨이의 2005년도 연례보고서 중 버핏의 주주서한에서 발췌

 

"그는 정말 대단한 '환원주의자(reductionist, 복잡하고 추상적인 사상이나 개념을 기본적인 요소로부터 설명하려는 사람-역자주)'입니다." 얼마 전 워런 버핏의 사업 동료 한 사람은 복잡한 문제나 이슈로부터 핵심을 이끌어내는 버핏의 탁월한 재능을 묘사하기 위해 이렇게 예사롭지 않은 용어를 사용했다. 버핏의 2005년도 연례 주주서한에서 발취한 이 기사에서도 그 능력은 여지없이 발휘된다. 그는 이 글에서 단호한 어조로 선언한다. "모든 기업의 소유주가 오늘부터 세상 끝나는 날까지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의 합계는 그 기업들이 거두어들일 수익의 합계를 넘지 못합니다." 그는 "당신의 수익이 사라집니다!'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포춘>의 주주서한 발췌 기사에서 소위 '마찰비용'의 폐해를 개탄하며, 갓락(Gotrock)이라는 가상 가문의 가족 구성원들이 치러야 했던 비싼 비용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버핏은 1956년 버핏 파트너십을 설립할 때부터 '마찰비용'에 대한 반감을 지니고 있었다. 그가 세운 파트너십은 오늘날로 말하면 헤지펀드에 해당하는 조직이었다. 하지만 버핏은 이 펀드의 연수익 6퍼센트까지는 유한책임조합원들에게 전액을 돌려주고, 그 이상의 수익에서 일정 부분 자신의 몫을 챙기는 방법을 사용했다(그 뒤 몇몇 펀드가 이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버핏은 나중에 자신의 주주서한이 유명세를 타게 되자, 개인 투자자들이 직접 주식시장을 상대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차라리 거래비용이 낮은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고 투자자들에게 조언했다. 그 뒤 버핏은 세간에 잘 알려진 대로 프로테제 파트너스(Protege Partners)라는 헤지펀드와 유명한 투자 내기를 했다. 즉 버핏이 선택한 S&P500 기반의 인덱스펀드와 프로테제가 세심하게 고른 다섯 개 헤지펀드 중에 2008년부터 향후 10년간 어느 쪽이 더 높은 수익을 기록하느냐를 두고 내기를 시작한 것이다. 물론 헤지펀드의 유한책임조합원들은 각 헤지펀드에 지불하는 비용과 모태펀드(fund of funds, 여러 개의 펀드를 모아 만든 펀드-역자주) 차원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책의 출간을 앞둔 2013년, 버핏의 인덱스펀드는 내기가 시작된 지 5년 만에 처음으로 헤지펀드의 수익률을 넘어섰다. 이 내기에 관해 상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548페이지의 '버핏, 승부를 걸다' 기사를 참조하기 바란다. -CL

 

버크셔를 포함한 미국의 주식 투자자들은 그동안 손쉬운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다소 장기적인 예를 들어본다면, 1899년 12월 31일부터 1999년 12월 31일까지의 100년간 다우존스 지수는 66포인트에서 1만 1,497포인트로 상승했습니다.(이런 실적을 달성하려면 연평균 몇 퍼센트가 올라야 하는 걸까요? 그 놀라운 답은 뒤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이런 눈부신 성장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난 세기 내내 미국의 기업들이 뛰어난 성과를 올렸으며, 투자자들이 그 번영 파도에 동참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도 기업들의 실적은 여전히 훌륭합니다. 반면 주주들은 마치 자해(自害)라도 하는 사람처럼 투자에서 얻은 수익의 상당 부분을 스스로 깎아 먹고 있습니다.

왜 그런 일이 발생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장 기본적인 진실과 마주해야 할 것 같습니다. 회사의 파산과 같이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기업의 소유주가 지금부터 세상 끝나는 날까지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의 합계는 그 기업들이 거두어들일 수익의 합계를 넘지 못한다는 겁니다. 물론 A라는 투자자가 영리하거나 운이 좋아서 B라는 투자자에게 돌아갈 파이를 자신이 조금 더 차지할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주식시장이 상승세에 놓이면 모든 투자자가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떤 주식의 소유자가 시장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가 그의 자리를 대신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어떤 투자자가 자신의 주식을 비싼 값에 판다는 말은, 다른 사람이 그 물건을 비싸게 산다는 말과 같은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주주들을 전체로 놓고 볼 때, 그들이 소유한 기업에서 창출된 수익을 뛰어넘는 부(富)를 그 기업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마법은 (하늘에서 돈벼락이라도 떨어지지 않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실 주주들이 가져가는 돈은 기업들이 거둔 수익에 비해 오히려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마찰비용' 때문입니다. 그것이 제가 이 글에서 강조하고 싶은 요점입니다. 즉 오늘날 기업의 소유주들 주머니로 들어가는 돈이 역사적으로 그들이 벌어들였던 수익에 비해 훨씬 줄어든 이유는 막대한 마찰비용 탓이라는 겁니다.

왜 이 비용이 그토록 높아졌는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가상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야 할 듯합니다. 갓락(Gotrock, 돈이 많은 척 과시하는 사람을 뜻하는 은어 - 역자주)이라는 이름의 가문은 미국의 모든 기업을 소유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소유할 유일한 가족입니다. 이 가족이(그리고 앞으로도 대대손손 이어질 이 가문의 후손들이) 수많은 기업으로부터 수령한 배당금의 세금을 납부하고 나면, 그들은 남은 돈으로 더욱 부유해집니다. 다시 말해 기업들이 새롭게 창출한 수익의 총합만큼 더 부자가 되는 겁니다. 오늘날 이 금액은 연 7천억 달러 정도입니다. 물론 이 가족 구성원들이 돈의 일부를 소비하기도 하겠지만, 그들이 저축한 나머지 금액에는 복리 이자가 붙어 그로 인한 혜택도 점점 커집니다. 갓락 집안사람들은 모두 같은 비율로 부자가 되기 때문에 서로가 조화를 이루어 잘 살아갑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갑자기 유창한 말솜씨의 조력자, 소위 '헬퍼(Helper)들이 나타나 가족 구성원들을 구슬리기 시작합니다. 친척들이 소유한 회사를 사들이거나 자신의 회사를 친척들에게 판다면 이 가문의 다른 사람들보다 더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 헬퍼들은 수수료를 받는 대가로 거래 절차를 도맡아 처리합니다. 갓락 집안사람들은 여전히 미국의 기업 전부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 거래는 집안 내에서 누가 어떤 회사의 주인이 될지 재조정하는 일에 불과합니다. 그러므로 가족 전체가 매년 거두어들이는 수익, 즉 미국의 기업 전체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그 헬퍼들에게 지급한 수수료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가족 구성원들이 회사를 사고파는 일이 잦아질수록 각자가 차지할 파이는 점점 작아지는 반면, 헬퍼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커집니다. 이 '중개인 헬퍼'들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활발한 거래는 그들의 친구입니다.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에게 더 많은 거래를 독려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가족 구성원은 '내 형제를 이겨라'라는 이 게임의 실적이 그다지 신통치 않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러자 또 다른 '헬퍼'들이 찾아옵니다. 새롭게 등장한 사람들은 갓락 가족 구성원 혼자의 힘으로는 나머지 가족을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해결책을 제안합니다. "우리 같은 관리자를 고용하세요. 전문적으로 일을 처리해 드립니다." 이 '관리자 헬퍼'들도 거래를 수행하기 위해 '중개인 헬퍼'들을 계속 이용합니다. 관리자들이 더 많은 거래를 유도하면서 중개인들은 더욱 많은 돈을 벌어들입니다. 이제 가족 구성원들의 파이 중 상당 부분이 이 두 종류의 헬퍼들에게 돌아갑니다. 

이제 이 가족의 실망감은 더욱 커집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전문가를 고용하고 있지만, 이 그룹 전체의 경제 사정은 갈수록 나빠지기 때문입니다.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물론 더 많은 헬퍼를 찾아 나서는 겁니다.

이번에 나타난 사람들은 재무설계사와 컨설턴트라는 헬퍼들입니다. 그들의 역할은 좋은 '관리자 헬퍼'를 선택하는 방법을 조언하는 일입니다. 깊은 혼란에 빠져 있는 가족 구성원들은 이런 종류의 도움을 환영합니다. 아직까지 이 가문의 사람들은 좋은 주식을 고르는 방법을 모를 뿐 아니라, 좋은 주식을 고를 줄 아는 사람을 선택할 능력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좋은 컨설턴트를 고르는 데 성공할 거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갓락 가문 사람들에게는 그런 의구심이 없습니다. 물론 '컨설턴트 헬퍼'들도 그들이 이런 의문을 품지 않도록 유도합니다.

이제 세 종류의 값비싼 '헬퍼'들에게 돈을 퍼붓고 있는 갓락 사람들은 자신의 경제적 상황이 점점 악화된다는 사실 앞에서 깊은 좌절에 빠집니다. 그리고 희망이 거의 사라진 듯이 보이는 순간, 이른바 '하이퍼 헬퍼(hyper-Helper)'라고 불리는 네 번째 그룹의 조언자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친절한 사람들은 지금까지 갓락 가족의 실적이 형편없었던 이유가 기존의 헬퍼들(중개인, 관리자, 컨설턴트)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충분히 동기 부여되지 않았던 그 조언자들이 일을 하는 척 가장했을 뿐이라는 겁니다. 새로운 헬퍼들은 이렇게 묻습니다. "그런 좀비무리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새로 등장한 사람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매우 간단합니다. 더 많은 돈을 내라는 겁니다. 자신감에 가득 찬 하이퍼 헬퍼들은 가족 구성원 각자가 나머지 친척들에게 진정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높은 고정비용 이외에 막대한 금액의 성공 보수를 지불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그러나 이 가족 구성원들 중에 눈썰미가 있는 사람들은 하이퍼 헬퍼들 중의 일부가 유니폼을 바꿔 입은 관리자 헬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그 유니폼에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같은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새로운 헬퍼들은 그들이 바꿔 입은 옷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갓락 사람들을 안심시킵니다. 마치 <슈퍼맨> 영화의 주인공 클라크 켄트가 슈퍼맨 옷으로 갈아입었을 때처럼, 그 옷은 자신들에게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하게 만들어준다는 겁니다. 이 설명에 설득당한 갓락 가족 사람들은 그들에게 더 많은 돈을 지불하기로 결정합니다.

바로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 이와 같습니다.  기업의 소유주들에게 돌아가야 했을 수익(그들이 흔들의자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면 얻을 수 있었던 수익) 중 기록적으로 높은 비율의 돈이 수많은 헬퍼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는 겁니다. 그중 가장 비싼 금액은 최근 유행하는 '수익 배분' 계약에 따른 비용입니다. 헬퍼들은 이 계약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능력이나 행운에 따라 얻어진 수익의 상당 부분을 챙겨 가지만, 반면 그들이 멍청하거나 운이 없어서, 또는 이따금 사기꾼 헬퍼들로 인해 손실이 발생했을 때는 가족 구성원들이 이를 고스란히(게다가 높은 고정비용을 보태서) 떠안아야 합니다.

그동안 이런 식의 계약(앞으로는 헬퍼들에게 엄청난 돈을 안겨주고 뒤로는 가족들이 그 손해를 부담하는 계약)을 수도 없이 남발한 이 가족에게는 갓락 대신 하드락(Hadrock, 멍청하다는 뉘앙스가 담긴 버핏의 조어 - 역자주)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지도 모릅니다. 오늘날 이 가족이 지불하는 모든 종류의 마찰비용을 합하면 미국의 기업 전체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20퍼센트에 해당합니다. 다시 말해 미국의 주식 투자자들은 헬퍼들을 위한 비용 때문에 원래 벌어들였어야 하는 돈을(즉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고 차분히 앉아 있었다면 충분히 벌 수 있었던 돈을) 80퍼센트밖에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오래전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은 세 가지 운동법칙을 확립하는 천재적인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그러나 뉴턴의 놀라운 재능이 투자 분야에까지 미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남해포말사건(South Sea Bubble, 18세기 초 영국 남해회사의 주가를 둘러싼 투기 사건 - 역자주)으로 큰 손해를 본 그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별들의 움직임을 계산할 수는 있지만 사람의 광기는 측정이 불가능하다." 만일 뉴턴이 투자 실패 때문에 정신적 충격을 받지 않았다면, 그는 나중에 이런 네 번째 운동법칙을 발표했을지도 모릅니다. '투자자 전체를 대상으로 했을 때, 움직임이 늘어나면 수익은 감소한다."

이 글의 첫머리에서 미뤄두었던 답을 알려드려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지난 20세기에 다우존스 지수는 65.73포인트에서 1만 1,497.12포인트로 올랐습니다. 이는 연평균 5.3퍼센트의 증가에 해당합니다(물론 투자자들은 배당금도 받습니다). 21세기에도 이와 똑같은 비율로 수익이 발생한다면 2099년 12월 31일 자 다우존스 지수는 정확히 201만 1,011.23포인트로 상승하게 됩니다. 뒷자리를 떼어버린다고 해도 200만 포인트입니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든 지 벌써 6년이 지났지만 다우지수는 조금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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