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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메모] 지금 여기 깨어있기도서 2024. 10. 23. 04:20728x90반응형
"여보게, 자네가 오기 전에도 봉암사는 잘 있었다네."
저는 마치 제가 없으면 봉암사가 안 될 것처럼 죽기 살기로 일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그전에도 봉암사는 아무 탈 없이 잘 있었다는 겁니다. 스승님께서 보시기에 '너는 지금 일에 집착하고 있으니 그 집착을 놓아라.'라고 일러주신 것이지요.
♣ 아무개야, 깨어있느냐
일을 열심히 하는 제 모습을 스스로 돌아보고 무엇에 집착하는지 살펴보니 욕먹는 것을 굉장히 경계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적당히 게으름 피우다가 나중에 신분이 밝혀지면 '그 사람 우리 절에 와서 부목 할 때 보니 농땡이나 치고 형편없는 사람이더라.' 이런 소리 들을까 봐 자기를 내려놓는다 하면서도 내려놓지 못하고 죽기 살기로 일했던 거예요. 이렇게 우리는 늘 자기를 꽉 움켜쥐고 삽니다. 이렇게 우리가 어떤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늘 과정에 집착해서 자기 합리화를 거듭하다가 결국 목표 달성을 못 할 때가 많습니다. 결국은 장소만 바뀌었지 삶의 방식은 똑같은 거예요.
저는 봉암사에 뭘 해주려거나 봉암사를 고치려는 목표로 내려간 게 아니었어요. 큰스님 말씀대로 봉암사는 제가 없을 때도 잘 돌아가는 절이에요. 그런데 자기를 고치러 내려가 놓고는 막상 가서는 마치 봉암사를 고치러 내려온 사람처럼 굴었던 것이지요. 거기 사는 동안 봉암사의 이런저런 모순이 한눈에 다 보여서 그런 것들을 어쨌든 내가 있는 동안 고쳐 놓고 가겠다고 덤볐지요.
옛 선사 중에 자기 이름을 자기가 부르고 자기가 대답하는 분이 있었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수시로 자기 이름을 부르고 대답하는 연습을 한번 해 보세요.
"아무개야, 넌 지금 여기에 왜 왔니? 무엇하러 왔어?"
"행자로 들어왔습니다." 하면
"너 지금 행자 노릇 잘하니?"라고 또 물어보세요.
행자로 들어와서 선생 노릇 하는 사람, 기도대중으로 들어와 놓고 큰스님 노릇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으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같이 사는 사람들의 온갖 모순은 한눈에 다 보여도 자기모순은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깨어있으려면 스스로에게 '내가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하기 위해 있는가?'를 늘 물어보고 자기가 그 목적에 맞게 제대로 하고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깨어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늘 현재의 자기 직분을 놓치고 삽니다. 무엇인가를 배우러 와 놓고는 남을 가르치는 사람도 있고, 가르치러 왔는데 그걸 방임하는 사람도 있고, 도움받은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할 사람이 오히려 도와준 사람들을 욕하기도 합니다.
지금, 여기, 왜, 이 세 가지에 늘 깨어있으면 삶에 후회라는 건 있을 수가 없습니다. 깨어있지 못하기 때문에 지나고 보면 후회할 일이 생깁니다.
그러니 옛 선사처럼 한번 해 보세요. "아무개야" 하고 자기 이름을 부르고 "네." 하고 대답하면서, "너 지금 깨어있니?" 물어보세요. "예, 깨어있습니다." 이렇게 대답할 수 있도록 늘 자기를 점검하면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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