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메모]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1)

나와 세상에 속지 않고 사는 법

 

 

♣ 존재 이유

 

사람은 존재 이유를 찾습니다. 그래서 대상에 몰두합니다. 그것은 내 주변의 가까운 사람이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사회적인 이슈이기도 하고, 또 자신이 직접 살아나가며 행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 모두가 '대상'입니다. 대상이 필요한 건, 그 대상이 있어야지만, 내가 있고,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고, 또 나의 가치가 증명이 되는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 대상이 없다면 어떤가요?

 

내가 집중하는, 내가 얽매인 그 대상들을 하나하나 지워 보십시오. 내가 관심과 애정을 가지는 그 사람이 없다면, 사회적인 이슈가 없다면, 내가 어떤 일을 행하고 있지 않을 그럴 때에도, 그렇게 몰두할 수 있는 대상이 그 어떤 것도 없을 때엔 어떤가요? 대상에 필요 없이, 스스로 만족하고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가요? 대상에 의존 없이, 나의 존재 하나만으로도 세계가 가득할 수 있는가요? 대상에 걸림 없이, 스스로 자유로울 수 있는가요?

 

스스로가 충만하지 못하면, 그 결핍감에 존재 이유를 찾아 헤맵니다. 이 결핍감을 채워 줄 다른 대상을 찾아다니는 겁니다. 그러면서 변화하는 대상에 따라 나의 마음도 수시로 왔다 갔다 합니다. 이것이 바로 대상에 끌려 다니는 삶입니다. 본래 주인인 나를 버리고, 대상의 객으로만 사는 삶입니다. 사방천지로 치구(馳驅, 말을 타고 내달리는 것처럼 정신없이 쏘다님)하는 마음을 멈춰야 합니다. 멈추지 않고는 절대로 안 됩니다. 멈춰야만 비로소 보입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더 이상 존재 이유를 찾아 헤매지 않습니다.

 

존재 그 자체입니다. 존재로서 그렇게 환하게, 분명하게, 자유롭게, 텅 비게, 충만하게 있는 겁니다. 애초부터 무얼 그렇게 구할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가까이 있는 단 복숭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쓴 돌배 따러 온 산천을 헤매고 있구나.

 

 

퇴계 선생이 근본 공부를 소홀히 하고 다른 데 정신 팔린 손자 안도에게 전한 시 입니다.